일하기 좋은 클라우드 기업 2위, 클라우다이크
view : 744
잡플래닛에는 종종 '좋은 리뷰'가 달리곤 한다. 여기서 '좋은 리뷰'란, 단순히 별점이 높은 리뷰가 아니다. 점수가 낮더라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진솔하게 적었다면 '(당장 먹기에는 써도, 몸에는) 좋은 리뷰'라고 정의하고 싶다. 예를 들면, 이런 리뷰처럼 말이다.
"(…) 급여, 성과급, 복지 등의 기업의 기본 체계를 공고히 해야 사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규칙이 없는 조직 아래에서 항상 불안한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꼭 성공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항상 기업의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클라우다이크에 남겨진 잡플래닛 리뷰 중 일부다. 익명의 직장인이 재직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 개선점을 빼곡하게 적었다. 한때 몸 담았던 회사에 발전까지 기원하는 '좋은 리뷰'지만, 이런 기꺼운 마음을 알아보는 회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클라우다이크는 리뷰를 가벼이 넘어가지 않고 댓글을 달았다. 바로 이렇게.
"회사를 위한 조언 감사합니다. (…) 현재까지 HR 담당자가 없어서 말씀하신 것처럼 체계가 부족했습니다. HR 담당자가 급여, 성과급, 복지, 평가 등의 기본 체계를 수립/실행하고,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더 좋은 회사에서 한층 더 성장하시길 기원합니다."
클라우다이크는 실제로 올해 초 인사팀장을 영입했고, 관련 체계를 잡아나갈 계획이다. 회사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며 개선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는 셈. 그러면서도 컴퍼니 타임스의 일하기 좋은 클라우드 기업(링크) 2위에 선정됐을 정도로, 전·현직원이 남긴 점수가 높은 편이었다. 이 회사의 어떤 장점이 높게 평가 받고 있는 걸까? 클라우다이크 이선웅 대표를 직접 찾아가봤다.
- 클라우다이크(Cloudike)는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시피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고, 그중에서도 회사명과 동명의 B2B 클라우드 구독형 서비스(SaaS)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업계는 코로나19 특수로 주목받은 업계이기도 했는데요. 클라우다이크의 지난 해는 어땠나요.
업계적으로는 코로나 특수가 조금 있었고요.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B2B SaaS가 참 쉽지 않아요. 미국만 해도 B2B SaaS가 대세라지만,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소프트웨어를 쓴다는 것에 거부감이 아직 있고요. 그래도 채널톡(채널코퍼레이션)이 요새 맏형 격으로 성장하기도 하는 등, 점점 투자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 클라우다이크는 다국적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작년인 2021년 본사로부터 분사하고 새 막을 열었는데요. 창업하시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의 이력, 현재 직원 규모가 궁금합니다.
LG전자에서 LG클라우드를 개발하다가, 서비스를 접게 되면서 창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러시아 주재원으로 파견됐던 인연으로 러시아 개발자들과 공동으로 창업을 했고요. 처음에는 통신사에 개인용 클라우드 솔루션을 납품하는 데 주력했어요. 그때는 해외에 50여 명, 국내에 20여명 정도였는데, 작년 국내 법인이 분사해 클라우다이크라는 이름으로 B2B SaaS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투자도 따로 받게 됐는데, 쉽지는 않았어요. 해외 본사가 이미 투자를 다 받았는데, 왜 자회사인 한국에 또 투자를 해야 하냐고 되묻는 투자자들이 많았죠. 분사가 됐고, 그 과정에서 프로덕트가 나눠졌다는 걸 이해하는 투자자한테만 투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즉, 미국 본사는 개인용 클라우드에 집중하고, 분사한 한국법인은 기업용 클라우드를 B2B SaaS로 사업하고 있습니다.
분사 후에 한국 직원들은 모두 클라우다이크 소속이 됐어요. 러시아 직원 중에서는 열 명이 조금 안 되는 분들이 저희 직원이 됐고요.
- 직원분들도 회사가 잘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안으로 다지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직원들은 저와 B2B SaaS에 뜻을 같이 하고 있어요. 통신사에 솔루션을 납품하는 것보다는, '우리만의 서비스를, 우리의 이름을 가지고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죠. 그래서 내부적으로 갈등은 적었어요. 오히려 분사하고, 별도로 투자를 받아서 잘 됐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그동안 꽤나 불안정했는데, 분사 뒤에 투자를 받고 다시 해 볼 여력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분위기였죠.
- 말씀해주신 것처럼 사업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 내용은 전반적으로 좋았어요. 특히 ‘워라밸’과 '사내문화'에서 각각 4점대로 점수가 높았습니다. 칼퇴근, 수평적인 사무실 분위기, 자유로운 의견 개진 등 관련해서 긍정적인 리뷰가 많았고요. 경영진의 성향이나 구성원들의 성향, 전반적인 문화의 영향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구성원들 나이대가 비슷해요. 그래서 직원들끼리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희가 원래 회식을 안 하거든요. 창업 전 대기업에 있었을 때에도 술을 권하는 문화가 참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저 자체가 술을 안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내부적으로 회식을 줄이니까, 비슷한 또래들끼리 모여서 자주 시간을 갖더군요. 회사에서 하는 억지 회식보다는, 자발적으로 하는 회식이나 모임이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또 저희 회사에 칸막이가 없는데, 그 덕분인지 서로 더 도와가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협업 문화부터 시작해서 또래 직원들 사이의 분위기가 좋았던 게 리뷰에서 '문화가 좋다'고 나타난 것 같아요.
- 클라우다이크는 사내문화 뿐만 아니라 CEO 지지율이 높았어요. 20여 명의 소규모인데도 경영진 지지율과 CEO 지지율애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제가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던 부분을 높게 평가해준 것 같아요. 매출이 적었던 시절에, 거의 불가능한 투자를 받기 위해서 뛰어다녔던 게 아마 직원들 눈에도 보였을 거예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절대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해선 안 된다'는 경영 철학이 있어요. 회사가 당장 안 좋아지더라도 돈이 들어오면 퇴직금부터 보내요. 직원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이에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차후의 월급이나 퇴직금은 반드시 지키겠다고요.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일하면 나머지는 회사가 다 보상하고 해결하는, 이런 상호 신뢰를 지키려고 노력했죠. 이런 부분을 좋게 평가해 준 직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성장 가능성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요. 여태까지 사업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을 직원들도 느끼고 리뷰에 남긴 것 같고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사라고 하면 이미 잘 나가는 회사들이 있잖아요. 구글, SAP, MS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글로벌 기업도 많고요. 클라우다이크만의 사업적인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이런 곳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투자자들이 많은 의심을 갖고 있고, 저와 직원들도 고민하고 있죠.
저는 클라우다이크의 성장 그래프가 모든 걸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2021년 2배 성장했습니다. 저희만의 마켓이 있거든요. 클라우다이크는 개인이 아닌 기업만을 대상으로 해요. 기업들이 원하는 건, '빠른 속도'예요. 또한 언제든지 전화를 걸어 답변을 바로 받을 수 있길 원하죠. 클라우다이크는 철저하게 현지에 서버를 두고 빠른 속도를 확보합니다. 또한 현지 콜센터를 두고 있어요. 고객 지원에 있어서 차별점을 두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도 조금 차이를 뒀어요.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 당으로 돈을 받잖아요. 반면에 클라우다이크는 용량 당으로 비용을 받아서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객사 중 600명 규모의 회사가 있는데요. 용량으로 비용을 내니까, 한 달에 18만 원을 내요. 한 명 당 300원 정도의 비용밖에 들지 않는 거죠.
- 그렇다면 현재까지의 성과는 어땠나요. 2013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벌써 10년 차에 접어든 건데, 이 10년 간의 성과를 돌이켜 본다면요.
처음에 사업을 시작했던 통신사 솔루션 납품 업체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어요. 미국 본사는 꽤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가 됐죠. 그게 하나 보람이고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한국법인 클라우다이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초석을 다진 것 같아요.
클라우다이크는 지난 5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프로젝트'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작년 3월에는 중소기업벤처부의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의 공급기업으로도 2년 연속 이름을 올렸고요. 대내외적으로 국내 클라우드 기술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현재 MBC,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롯데건설, 모나미 등 다양한 기업이 기업용 클라우다이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요. 구독형으로 클라우다이크를 이용하는 유료 고객사가 750여 개 정도 되고요. 중장기적으로 보면 1만 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 수준에 도달하면 이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 작년 9월에 2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어요. 어떤 사람이 들어오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클라우다이크에 필요한 인력이 되느냐가 중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요. 리뷰에서 보면 '개발자가 부족하다' 등 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더러 있었습니다.
모든 회사에 개발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클라우다이크 뿐만 아니라 잡플래닛도 마찬가지일 거고요.(웃음) 과거에 개발자가 필요 없었던 업종에서도 개발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씨가 말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요즘 학원 출신의 비전공자를 채용해서 트레이닝하는 걸 실험하고 있어요. 또한 러시아 개발자들을 지속 활용하고요.
저희는 개발 문화가 독특한 편이에요. 예전에는 러시아 주재원들이 저희 회사에 있었거든요. 이 러시아 시니어들이 몇 년 정도 머물면서 개발자들 트레이닝을 시켰어요. 러시아의 개발 문화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옆에 앉혀서 가르쳐주고 이런 게 없죠. 문제가 발생하면, 멘토는 어디에(where) 가면 공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이지 what을 머릿속에 넣어주는 사람은 아닌 거예요.
처음에는 러시아의 그런 터프한 개발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경력자들이 힘들어했어요. 주니어들이 회사에 많이 수혈되고, 러시아 시니어들에게 훈련을 받으면서 이런 문화가 잘 정착된 것 같아요.
- 문화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이런 부분에서 보면 사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성향이 맞는 분이 와서 일해야지 서로 더 '으쌰으쌰'하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클라우다이크는 어떤 성향을 가진 인재들을 구하고 있나요?
스스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게 가장 중요할 것 같고요. 저희는 특히 서로에게 지시하는 일이 없어요. 이슈가 올라오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이슈를 가져다가 해결을 하는 구조거든요. 그런 만큼 누가 옆에서 계속 가이드하거나 지시해주는 게 필요한 분들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상식적인 분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 대표님이 목표로 하는 회사의 모습이 있을 것 같아요. 클라우다이크가 어떤 기업이 되길 꿈꾸고 있나요.
최근에 인사팀을 새로 꾸렸어요. 인사 팀장님이 출근하시면, 먼저 채용과 평가 관련해서 체계를 튼튼하게 다시 잡아야 할 것 같고요.
사업적으로는 클라우다이크가 국내에서 클라우드 파일 공유 국내 1위 사업자가 되는 게 목표예요. 보통 클라우드 파일 공유 1위 기업이 어디냐 물어보면 구글 드라이브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지금 1위가 L사 웹하드예요.
웹하드는 2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소프트웨어거든요. 요즘의 웹 서비스 회사들이 쓰는 구조가 아니죠. 수명을 다 했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클라우다이크는클라우드 네이티브로 모든 게 만들어지고 현지화가 된 서비스이면서 외산, 그러니까 구글 드라이브 만큼의 성능이 나오는 서비스거든요. 점유율 싸움을 해야 하는 건데, 말씀 드린 것처럼 고객사를 1만 개 규모로 키우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더 넓게 보면, 현재 서비스 추진 중인 일본과 동남아에 자리잡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직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지 않아도 성과를 기반으로 보상을 나눠받을 수 있는, 믿음이 가는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